2017년 tvN에서 방영된 이 드라마는 계약결혼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계약결혼, 과연 현실적인 설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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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tvN |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집이 필요한 여자와 월세 수입이 필요한 남자가 만나 계약결혼을 하게 되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언뜻 보면 황당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이 설정은, 그러나 현대 한국 사회의 주거난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 세대의 현실을 정확히 꿰뚫고 있습니다.
남자 주인공 남세희는 34세의 IT 회사 대리로, 부모님이 남긴 2층짜리 주택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1층에 살면서 2층을 월세로 내주며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죠. 여자 주인공 윤지호는 30세의 비정규직 드라마 작가로, 열악한 처우와 불안정한 수입 때문에 독립적인 주거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고 친구 집에 얹혀 살고 있습니다.
핵심 계약 조건들: 두 사람의 계약결혼은 명확한 조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호는 2층에서 월세 없이 거주하며, 세희는 기혼자 신분을 얻어 회사에서의 불이익을 피합니다. 가사 분담, 사생활 존중, 감정 개입 금지 등의 규칙도 함께 정해졌죠.
현실을 반영한 경제적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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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tvN |
이 드라마가 공감을 얻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경제적 현실성에 있습니다. 서울의 치솟는 전세가와 월세, 비정규직의 불안정한 고용, 그리고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청년 세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지호가 친구 집 거실 한쪽에 간이 침대를 놓고 지내는 모습, 세희가 월세 수입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장면들은 실제 많은 청년들이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드라마는 계약결혼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통해 역설적으로 정상적인 결혼과 독립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줍니다. "집 한 칸 얻는 게 이렇게 어려운데, 결혼은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지호의 대사는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했습니다.
계약에서 진심으로: 감정 변화의 자연스러움
처음에는 철저히 계약적 관계를 유지하려 했던 두 사람이지만,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서서히 감정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이 드라마에서 자연스럽게 그려진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세희는 감정 표현이 서툴고 규칙과 원칙을 중요시하는 인물입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이자 완벽주의자인 그는 처음에 지호에게 냉정하게 계약 조건들을 제시합니다. 반면 지호는 감정이 풍부하고 솔직한 성격으로, 점차 세희의 진심을 발견하게 됩니다.
두 사람의 관계 변화는 급격하지 않고 천천히 진행됩니다. 세희가 지호를 위해 작은 배려를 하는 모습, 지호가 세희의 고양이를 챙기는 장면, 함께 집안일을 하며 익숙해지는 과정들이 섬세하게 묘사됩니다. "계약이었지만 진심이 되어버렸다"는 클리셰가 전혀 억지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계약결혼 설정이 던지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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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tvN |
이 드라마의 계약결혼 설정은 단순한 로맨스 장치를 넘어 현대 사회의 결혼 제도에 대한 여러 질문을 던집니다. 결혼이란 무엇인가? 사랑과 결혼은 반드시 함께 가야 하는가? 경제적 필요에 의한 결합은 잘못된 것인가?
드라마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관계와 결혼관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합니다. 세희와 지호의 계약결혼, 수지와 상구의 동거 관계, 호랑과 원석의 전통적 연애까지, 세 커플의 서로 다른 모습을 통해 사랑과 결혼의 다양한 형태를 탐구합니다.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 "이번 생은 처음이라"라는 제목처럼, 우리는 모두 처음 살아보는 인생입니다. 정해진 답은 없으며, 각자의 상황과 가치관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드라마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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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tvN |
계약결혼이라는 설정 자체는 분명 비현실적입니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결혼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다루는 주제들 - 주거 문제, 비정규직의 불안정성, 결혼에 대한 부담, 경제적 독립의 어려움 - 은 모두 현실 그 자체입니다.
드라마는 판타지적 설정을 통해 오히려 현실의 문제들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계약결혼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설정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독립과 결혼이 얼마나 큰 경제적 부담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죠.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은 이유
많은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한 이유는 단순히 로맨스가 좋아서만이 아닙니다.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현실적인 고민들, 공감되는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큰 위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나도 저런 집주인을 만났으면", "나도 저렇게 독립하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드라마의 현실성을 증명합니다. 비록 계약결혼이라는 방식은 판타지지만, 그 안에 담긴 청년들의 고민과 꿈은 지극히 현실적이었던 것입니다.
결론: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완벽한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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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tvN |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계약결혼이라는 비현실적 설정과 청년 세대의 현실적 고민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작품입니다. 드라마는 우리에게 "이렇게 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면서도, 현실의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계약으로 시작했지만 진심이 된 사랑 이야기, 경제적 필요로 만났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하는 과정.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위로, 그리고 희망을 동시에 전달합니다. 2030 청년들의 현실을 정확히 담아내면서도,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놓치지 않은 것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계약결혼이라는 독특한 설정은 현대 한국 사회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자, 우리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