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정년이, 1950년대 여성국극의 찬란한 부활

SAMUEL WISE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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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하반기 방송가를 뜨겁게 달군 tvN 드라마 정년이는 그동안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여성국극이라는 소재를 통해 신선한 감동을 선사한 작품입니다. 10월 12일부터 11월 17일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를 배경으로, 타고난 소리 천재 윤정년의 성장기를 그리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출처: 위키미디어



한국 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다.

정년이의 가장 큰 매력은 여성국극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여성국극은 한국전쟁 전후 모든 배역을 여성이 맡아 공연했던 창극의 한 갈래로, 당시 큰 대중적 인기를 모았던 공연예술입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 거의 잊혀진 이 장르를 드라마로 되살려낸 제작진의 시도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도전이었습니다.
네이버 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에 대한 열정과 성장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설득력 있게 풀어냅니다. 특히 판소리와 전통 무용, 연극이 결합된 국극 공연 장면들은 우리 전통 예술의 아름다움을 현대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믿고 보는 연출력과 탄탄한 스토리텔링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제34회 한국PD대상 올해의 PD상을 수상한 정지인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최효비 작가가 극본을 담당했습니다. 두 크리에이터의 만남은 정년이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드라마는 목포에서 끼니 걱정하며 살던 열아홉 소녀 정년이가 서울 매란국극단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합니다. 경쟁과 연대, 좌절과 성장이라는 서사 구조는 예술가 성장담의 전형을 따르면서도, 1950년대 한국의 시대적 배경과 여성국극이라는 특수한 무대를 통해 차별화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드라마가 단순히 주인공의 성공 스토리만을 그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매란국극단을 중심으로 다양한 캐릭터들의 꿈과 좌절, 우정과 질투를 입체적으로 담아내면서 1950년대를 살아간 여성 예술인들의 삶을 리얼하게 조명합니다.

화려한 캐스팅과 진정성 있는 연기

김태리가 주인공 윤정년 역을 맡으며 타고난 소리 천재이자 무대 위에서 빛나는 배우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습니다. 판소리와 무용, 국극 연기를 위해 장기간 수련했다는 배우들의 노력은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신예은은 노력파 수재 허영서 역을 맡아 정년과 대비되는 캐릭터를 섬세하게 연기했습니다. 도도하면서도 내면의 불안을 감춘 허영서 캐릭터는 완벽주의자이자 숙명의 라이벌로서 드라마에 긴장감을 더했습니다.


라미란이 연기한 강소복 단장은 매란국극단의 중심이자 정신적 지주로, 후배들을 이끌면서도 극단을 지켜내야 하는 리더의 고뇌를 깊이 있게 표현했습니다. 특별 출연한 문소리의 서용례 역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든 배우들이 1년에서 3년까지 판소리, 무용, 국극 연기를 수련했다는 사실은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습니다. 매회 등장하는 화려한 극중 무대 장면들은 배우들의 열정과 제작진의 공이 어우러진 결과물입니다.

압도적인 화제성과 대중의 사랑

정년이는 방영과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3회 만에 전작의 최고 시청률을 넘어섰고, 4회에는 눈물의 여왕 이후 tvN에서 두 자릿수 시청률을 달성한 네 번째 작품이 되었습니다. 최종회는 16.5퍼센트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tvN 역대 9위에 올랐습니다.

2024년 11월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가장 즐겨보는 방송영상프로그램 1위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화제성 분석에서도 2024년 드라마 중 상위권을 차지하며 선재 업고 튀어, 눈물의 여왕과 함께 tvN의 성공작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첫 방송 전 진행된 데뷔 스포일러 파티는 사전 시사회와 배우들의 팬서비스 이벤트로 구성되어 예비 시청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OTT 플랫폼 티빙에서는 미공개 영상을 포함한 정년이 속 국극 풀버전을 공개하여 드라마 팬들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의미 있는 시도

정년이는 최초의 여성국극 드라마로서 tvN의 한계 없는 도전정신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회귀물, 역클리셰 로맨스 등 다양한 소재를 시도한 tvN이 2024년 하반기 여성 국극이라는 참신한 소재로 승부수를 던진 것은 K드라마의 외연을 확장하는 의미 있는 시도였습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의미 있는 이유는 잊혀져가던 우리 전통 공연예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젊은 세대에게 소개했다는 점입니다. 1950년대를 살아간 여성 예술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예술에 대한 열정, 꿈을 향한 도전, 동료애와 경쟁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감동적으로 전달합니다.

마무리하며

정년이는 단순히 잘 만든 드라마를 넘어서 문화적 가치를 지닌 작품입니다. 탁월한 연출력,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 아름다운 무대 장면들이 어우러져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여성국극이라는 낯선 소재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드라마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성장과 열정의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1950년대 무대 위에서 빛나고자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하여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전통 예술에 관심이 있거나 진정성 있는 성장 드라마를 찾는 분들께 정년이를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12부작이라는 적당한 분량으로 몰입해서 볼 수 있으며, 매회 등장하는 화려한 무대 장면들은 드라마를 보는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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