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시즌 1 - 시대극과 크리쳐 장르의 신선한 결합

SAMUEL WISE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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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도전

2023년 12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경성크리처'는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입니다. 박서준과 한소희라는 최고의 스타 조합에 제작비 700억 원이라는 막대한 투자, 그리고 무엇보다 시대극과 크리쳐물이라는 이질적인 두 장르의 과감한 결합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1945년 일제강점기 말 경성을 배경으로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괴물과 맞서 싸우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 3위에 오르며 전 세계 69개국에서 주목받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로 유명한 강은경 작가와 스토브리그의 정동윤 감독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이 작품은,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장르적 실험을 시도한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두 장르의 결합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는지에 대해서는 관객들 사이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은 경성크리처가 보여준 시대극과 크리쳐물의 만남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 성공과 한계는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1945년 경성, 디테일한 시대 재현의 힘

경성크리처의 가장 큰 강점은 1945년 광복 직전 경성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해낸 점입니다. 본정 거리의 화려한 풍경, 경성 최대 규모의 전당포 금옥당의 웅장한 내부, 일본군이 생체실험을 자행하던 옹성병원의 음산한 지하 공간까지, 제작진은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시대적 배경을 완성도 높게 구현했습니다. 세트장인지 실제 건물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섬세하게 재현된 경성의 거리는 관객들을 1945년으로 순식간에 몰입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작품이 단순히 시대적 배경을 빌려온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의 아픔과 억압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731부대를 모티브로 한 생체실험 장면들은 실제 역사를 반영하고 있으며, 해외 관객들에게는 충격적인 역사적 진실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조선인들이 겪어야 했던 억압과 차별, 그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인간들의 모습은 시대극으로서의 무게감을 더해줍니다.

또한 강은경 작가 특유의 섬세한 인물 묘사가 빛을 발합니다. 경성 최고의 정보통이자 전당포 금옥당의 대주인 장태상(박서준)은 살아남기 위해 친일과 독립운동 사이를 줄타기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만주에서 온 토두꾼(실종자를 찾는 사람) 윤채옥(한소희)은 어머니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위험한 옹성병원에 뛰어드는 강인한 여성입니다. 이들은 시대의 희생자이면서 동시에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능동적인 인물들로 묘사되며, 시대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차원적인 캐릭터를 넘어서는 입체감을 보여줍니다.

크리쳐물로서의 시도와 특징

경성크리처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괴물, 즉 크리처가 핵심 요소입니다. 일본군이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생체실험을 통해 탄생한 이 괴물은 쥐의 뇌에 기생하는 기생충이 포식자에 대한 두려움을 없앤다는 과학적 설정에서 출발합니다. 이 설정은 인간이 괴물로 변이되는 과정에 일정한 논리를 부여하며, 단순한 몬스터물을 넘어 SF적 요소까지 가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크리처는 시각특수효과(VFX)를 통해 구현되었으며, 몸체를 키워가며 진화하는 모습이 스릴러적 긴장감을 더해줍니다. 특히 괴물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을 완전히 잃지 않았다는 설정은 흥미로운 서사적 장치로 작용합니다. 이는 단순히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괴물이 아니라, 인간성과 괴물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존재로 크리처를 그려냄으로써 이야기에 깊이를 더하고자 한 시도로 보입니다.

정동윤 감독은 피가 난무하는 잔혹한 장면들 속에서도 강약 조절을 통해 일반 시청자들도 크리처물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옹성병원의 어두운 복도를 누비는 크리처의 등장, 지하 감옥에서 벌어지는 추격전 등은 호러 장르의 전형적인 클리셰를 따르면서도 한국적 정서를 잃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또한 박서준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무거운 분위기를 적절히 환기시키며 극의 호흡을 조율하는 역할을 합니다.

두 장르의 만남, 성공인가 실험인가

경성크리처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시대극과 크리쳐물이라는 두 장르의 결합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입니다. 호평하는 측에서는 한국 드라마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신선한 장르 조합이며, 시대적 무게감과 장르적 재미를 동시에 추구한 야심찬 프로젝트라고 평가합니다. 특히 해외 관객들은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과 크리처물의 결합이 신선하고 독특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731부대의 생체실험이 실제 역사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반면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두 장르 사이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시대극에 집중하자니 크리처의 등장이 부족하고, 크리처물로 보자니 시대극적 서사가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초반 7화로 구성된 파트1에서는 크리처보다 인물들 간의 관계와 로맨스, 그리고 시대적 배경 설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크리처물'로서의 정체성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채옥과 태상의 로맨스 라인은 극의 중심축 중 하나이지만, 일부 관객들은 이것이 장르적 긴장감을 해치고 전개를 늘어지게 만든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크리처물로서의 완성도에 대한 의견도 갈립니다. 같은 제작사에서 만든 '스위트홈'과 비교했을 때 크리처 디자인의 독창성이나 액션 장면의 연출이 다소 아쉽다는 평이 있습니다. 괴물의 등장 빈도가 낮고, 나타나더라도 예상 가능한 패턴으로 움직이면서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반면 이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경성크리처를 순수한 크리처물이 아닌 일제강점기 배경의 하이스트물이나 스릴러로 접근하면 충분히 흥미롭게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장르적 구심점의 문제는 결국 제작진의 선택과 집중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경성크리처는 로맨스, 미스터리, 스릴러, 액션, SF, 크리처물 등 다양한 장르를 한 작품 안에 담으려 했습니다. 이는 K드라마의 복합장르 지향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지만, 동시에 각 장르의 핵심 재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한계를 노출시키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을 보여주려다 정작 중요한 것들이 희석되었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반응과 의의

비판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경성크리처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권 차트 3위, 전 세계 69개국 TOP 10 진입, 국내에서는 넷플릭스 1위를 기록하며 2023년 한국 드라마 중 '더 글로리', '사냥개들'에 이어 세 번째로 글로벌 1위에 오른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는 한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한 사례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일제강점기라는 무겁고 아픈 역사가 오히려 글로벌 관객들에게 신선한 서사로 다가갔다는 것입니다. '킹덤', '미스터 션샤인', '사랑의 불시착' 등 한국의 역사를 다룬 드라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것처럼, 경성크리처 역시 한국 특유의 역동적인 역사가 강렬한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해외 관객들은 경성이라는 공간적 배경, 일제의 억압이라는 역사적 맥락, 그리고 생체실험이라는 충격적인 소재가 결합되면서 만들어지는 독특한 분위기에 매료되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한국 드라마가 장르적 실험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시대극과 크리쳐물의 결합이 완벽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러한 시도 자체가 한국 콘텐츠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됩니다. 넷플릭스는 이미 시즌2 제작을 확정했으며, 2024년 서울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입니다. 시즌1에서 지적받았던 속도감, 장르적 균형 등의 문제점들을 보완한다면 시즌2에서는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이미지_경성크리처 포스터
출처: 나무위키 (https://namu.wiki)


마치며

경성크리처 시즌1은 완벽한 작품은 아닙니다. 시대극과 크리쳐물이라는 두 장르를 하나로 녹여내는 과정에서 균형을 잃었고, 어느 한쪽에도 완전히 집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크리처를 보고 싶었던 관객은 시대극이 너무 길다고 느꼈고, 시대극을 원했던 관객은 크리처 요소가 이질적으로 느껴졌을 수 있습니다. 로맨스, 액션, 스릴러 등 여러 요소를 담으려다 초점이 흐려진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성크리처는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만한 작품입니다. 1945년 경성이라는 시공간에 크리처를 배치한다는 과감한 발상,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린다는 역사적 의의, 그리고 장르적 실험을 멈추지 않는 한국 콘텐츠의 도전정신이 모두 이 작품 안에 담겨 있습니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통해 한국 드라마의 지평을 넓히려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시대극과 크리쳐물의 결합이 성공적이었는지는 관객 개개인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도전과 실험이 계속될 때, 한국 드라마는 더욱 다채롭고 풍성한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성크리처 시즌2에서는 시즌1의 교훈을 바탕으로 두 장르의 조화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진정으로 완성도 높은 K-크리처물의 탄생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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